식별번호LAW-0164
제목동물보호법위반 [문서류]
기록유형문서류
구분개식용반대
사건명동물보호법위반; 2008노○○○○
법원서울고등법원
주문내용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주문이유1. 이 사건 소송의 경과
가. 검사는 2016. 10. 31. 피고인을 상대로, 동물보호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약식명령 을 청구하였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6고약12696). 위 법원은 2016. 12. 2. 피고인 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였다. 피고인은 2016. 12. 12. 이에 불복하 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6고정1520).
나.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단독재판부의 정식재판청구 피고사건으로 진행되던 중, 피 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2017. 2. 14. 이를 합의부에서 심판 하기로 하는 재정합의결정이 내려졌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7고합24). 이 사건은
2017. 2. 20.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원심 재판부)로 이송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7고합 70). 그런데 피고인은 2017. 3. 22. 국민참여재판의 신청 의사를 철회하는 내용이 담긴 서면을 제출하였고, 2017. 3. 24.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그와 같은 철회 의사를 진 술하였다.
다. 검사는 원심 재판 계속 중이던 2017. 3. 28. 기존의 공소사실을 아래 제3의 가.항 과 같은 공소사실로 변경하고 적용법조 중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을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1)”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를 신청하였다. 원심은 2017. 4. 7. 이와 같은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다.
라. 원심은 2017. 6. 23.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는 원심판결에 불 복하여, 법리오해의 항소이유를 들면서 항소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7노2030). 항소심 법원(환송 전 항소심)은 2017. 9. 28. 그와 같은 검사의 항소이유를 배척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마. 이에 대해 검사가 다시 상고했는데, 상고심은 2018. 9. 13.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도16732).
2. 항소이유의 요지(검사의 법리오해 주장)
구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령의 입법 목적,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동물을 죽 이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어 그 자체로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규정된 도살 방법(전 살법 등) 및 절차를 준수하였을 경우, 그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다. 피고인은 단지 전 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하였을 뿐,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도살 방법 및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즉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구성요건에 해 당한다.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김포시 풍곡로 31에서 '똥개농장'이라는 상호로 개농장을 운영하는 사람 이다.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럼에도 피고인은 2011년경부터 2016. 7.경까지 위 '똥개농장'에 있는 도축시설에서, 개 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여서 도축하는 등 연간 30두 상당의 개를 도살하여 동물을 학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동물보호법,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축산물 위생관리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동물도축세부규정 등 관련 법령을 종합하여 보면,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도 살 방법, 특히 전살법(電殺法)을 이용하여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가축으로 정한 동물을 도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 보았다. 이에 따라 원심은, 피고인이 개를 죽이게 된 경위, 개를 죽이는 데 사용한 도구 및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일응 전살법을 이용하여 개를 즉시 실신시 켜 죽이는 방법으로 도축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다른 동물에 대한 도살 방법과 비교하여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개를 도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가. 전제되는 법리
1)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은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에서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를 들고 있다. 구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은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잔인’은 사전적 의미로 ‘인정이 없고 아주 모짊’을 뜻하는데, 잔인성에 관한 논 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 유동적인 것이고, 사상, 종교, 풍속과도 깊 이 연관된다. 따라서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인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는, 특정인이나 집단의 주관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아래에서 살필, 구 동물보호법의 입법 목적, 이 사건 조항의 문언 의미와 입법 취지, 동물의 도 살방법에 관한 여러 관련 규정들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 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야 한다.
가) 구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을 꾀함과 아울러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그 적용대상인 동물의 개념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등으로 한정하며(제2조 제1호),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정한 행 위만을 금지하고 있다(제8조 제1항 각호). 그와 같은 구 동물보호법의 입법 목적, 적용 대상인 동물,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각호의 문언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은 동물을 죽이는 방법이 잔인함으로 인해 도살과정에서 대상 동물에게 고통을 주 고, 그 방법이 허용될 경우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 함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고려에서 이를 금지행위로 규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정 도살방법 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되 는 도구, 행위 형태 및 그로 인한 사체의 외관 등을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도살방법 자 체가 사회통념상 객관적, 규범적으로 잔인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 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구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동물의 도살방법이라는 제목 아래, 모든 동물은 잔 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도, 도살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 서도 안 되고(제1항), 축산물 위생관리법 또는 가축전염 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령이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하며(제2항), 그 외에도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른 도축에 대하여 는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 가축별 도살방법을 규정하고 있고(제2조, 별표 제1호), 위 가 축 중 소, 돼지, 닭과 오리에 대하여는 구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 규칙 제6조 제2항에 따라 제정된 고시인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 가축별 특성에 맞추어 고통을 최소화하는 도축방법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와 같은 동물의 도살방법에 관한 관련 규정들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특정 도살방법이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 하는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는, 동물별 특성에 따라 해당 동물에게 주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동일한 도살방법이라도 도살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 등은 동물별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동일한 물질, 도구 등을 이 용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이용방법, 행위 태양을 달리한다면 이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도살 방법이 관련 법령에서 일반적인 동물의 도살방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거나 도살에 이용한 물질, 도구 등이 관련 법령에서 정한 것과 동일 또는 유사하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다른 동물에게도 그 특성에 적합한 도살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다) 특정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은 해당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 르게 하는 행위 자체 및 그 방법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주므로,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되는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인식 은,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2)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도 살 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 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제정된 동물도축세부규정(농림축산검역본부 고시 제2016-77호)에서는, 돼지, 닭, 오리에 대하여 전살법은 기절 방법으로만 허용하 고, 도살 방법으로는 완전하게 기절한 상태의 동물에 대해 방혈(放血)을 시행하여 방혈 중에 동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동물이 감전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에는 고통을 수반한 격렬한 근육경련과 화상, 세포괴사, 근육 마비, 심실세동 등의 과정을 거칠 수 있고, 이때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은 동물의 크 기, 통전부위와 사용한 전류값 등에 의해 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 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방법 의 구체적인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외 증상 등의 판단 요소와 함께, 이 사건 도살 방법을 허용하는 것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통 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이 사건 조항에서 금 지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및 사정들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 등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내지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의 도살 방법
가) 피고인은 쇠파이프 끝 부분에 밧줄이 달린 장비를 사용하여 개를 묶어 놓은 다음,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쇠꼬챙이(이하 ‘이 사건 전살기’라 한다)를 개의 주둥이에 넣고 ON 버튼을 누르는 방법으로 감전을 시켜 죽인 직후, 토치로 개의 털이 없어질 때까지 약 30분 정도 그슬린 후 해체 등 처리 작업을 하였다. 피고인은 개가 쓰러진 후에 보통 방혈을 하지는 않았고, 요구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방혈을 해 주었다.2)
나) 한편 피고인은 개 도살의 구체적 방법 및 도살 과정에서 경험했던 사항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전살기에 사용한 전압은 380V였다. 이 사건 전살기를 개 주둥이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개는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할 틈도 없이 바로 1~2초 안에 다리를 쭉 뻗은 모습으로 죽는다. 죽은 개가 고개를 뒤로 젖힌 모습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감전 당시 개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바닥에 물을 뿌린 상태에서 개를 감 전시켰는데, 그 이유는 전기가 잘 흐르는 상태를 만들고, 개가 바닥에 쓰러졌을 때 추 가로 전기가 흘러서 죽게 하기 위한 것이다. 개가 전기로 인하여 화상을 입는 경우는 없었고, 개가 뻗어 있는 모습을 확인한 후 토치로 털을 그슬리는 작업을 하였다’.3)
2) 우희종 교수의 증언 등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우희종은 ‘전기 충격에 의한 개 도살방식에 대한 소견서’를 작성․제출함과 아울러, 이 법원에서 증언하였다. 그 증언의 주요 내용은 아래 가) ~ 사)항 기재와 같다.
가) 증인은 이전에,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서 사용한 쇠꼬챙이나, 이를 이용하 여 개를 도살하는 상황 및 이 사건 도살 장소와 유사한 환경이 담긴 동영상들을 본 적 이 있다. 이에 비추어, 이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들은 전형적인 개 농장이나 개 도살 현 장 사진으로 보인다(그 증언 당시 검사는 증거기록 31~42쪽과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 의 증거로 제출된 이 사건 전살기의 사진, 이 사건 도살 현장에 관계된 각 영상 등을 제시하였다).
나) 도살에 있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의식을 잃 게 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미국수의학협회(AVMA :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의 공식 지침에서는, 이와 같은 도살 방식(전기 안락사 방식)으로 3가지 방법을 정하고 있다. 즉 ➊ 머리에의 단일 전기 충격, ➋ 머리에서 몸통으로의 단일 전기 충격, ➌ 머리 및 몸통에 대한 두 차례의 전기 충격 방식이 있다.
다) 위 ➊의 방식은 뇌에 전기를 흐르게 하는 것인데, 그 자체로 사망에 이르게 는 하지 못하고, 추가로 15초 내에 방혈이나 다른 사망 유도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위 ➋의 방식은, 전류가 뇌와 심장에 동시에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서 대발작과 심장 정지 를 동시에 유도한다. 이를 위해 위 ➊의 방식보다 훨씬 강도가 센 충분한 전류를 3초 이상 사용해야 한다(전극 하나는 머리에, 하나는 앞다리에 댄다). 위 ➌의 방식은, 위 ➊의 방식과 위 ➋의 방식을 둘로 나눈 것으로서, 뇌에 작용하는 1차 전류로 무의식 상태를 만든 다음, 다시 앞발 뒤편에 2차 전류를 가하여 심장 정지를 유도하는 것이다.
라) 동물이 사전에 의식을 잃도록 하는 인도적 도살 방식은, 위와 같이 뇌에 전 류를 통하게 하여 ‘대발작’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대발작의 가장 대표적인 징표는 ‘후궁반장’으로서, 앞다리를 쭉 뻗으면서 등이 활처럼 되는 것(몸이 뒤로 젖혀지는 것) 이다. 그 이외에 팔․다리의 돌출, 안구의 하향 회전, 강직 경련으로부터 간헐적 근육 경련으로의 이행이 있어야 한다. 대발작 상태 이외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인도 적 도살이라 말할 수 없다.
마) 이와 달리 전류가 뇌를 통하지 않으면, 고통을 못 느끼는 대발작 내지 무의 식 상태가 되지 않는다. 부적절한 전기를 가축에게 통하게 할 경우, 동물이 움직이지 못하는 운동마비 상태는 되지만, 그 의식은 다 있는 상태에 머무른다. 의식이 있는 상 태로 심장 정지가 아닌 심장 세동 상태에 그쳐서, 매우 잘못된 조치가 된다. 이와 같이 무의식을 유발하지 않고 동물을 전기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은, 극도로 혐오적이며 수용 해서는 안 된다.
바) 쇠꼬챙이를 이용해서 감전하는 방식, 이를 개 주둥이에 집어넣어 도살하는 방법은,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이나 미국수의학협회 지침이 정하는 인도적 도살 방식 이 아니다. 동물의 입에 쇠꼬챙이를 넣고 전류를 흐르게 하는 방식은, 그 전류가 뇌뿐 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로도 흐르기 때문에(식도 등을 통해 전류가 곧장 아래쪽으 로 간다), 전기량이 많이 분산되어 무의식을 유발하기 어렵다. 한편 머리에서 동물이 서 있는 젖은 금속판으로 전류를 적용하는 방법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쇠꼬챙이를 입에 물게 하고 물에 젖은 상태로 만들어 전류를 통과하도록 하는 것은, 운동신경을 마비시키기에는 좋은 방법이지만, 대발작을 일으키기에는 부적절하다.
사) 피고인이 개 도살에 사용한 방식은, 위 나)의 ➊ ~ ➌ 기재 지침에서 정한 절차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사용한 방법이 대발작을 일으키기에 충분 한 전기적 자극이 아니라면, 이로써 운동신경이 마비되더라도 의식은 남아 있어 고통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적정 전류에 있어 개의 경우에 비교적 가까운 돼지의 경우, 1.25A 이상의 전류를 흘려 무의식 상태에 빠지게 한 후 방혈을 같이 하여야 한 다.4) 전류가 1.25A, 전압이 220~380V라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개의 대발작 내지 무의식 상태를 유도할 수 없다.
3) 국제협약 및 동물도축세부규정
가) 동물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에서는, 동물의 도살방법 중 ‘즉각적으로 무의 식에 빠뜨리지 않는 감전사’를 금지하고 있다.5)
나) 대한민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제기준은, 동물의 인도적 도살 기준에 관하여 최소한의 것을 규정하고 있다.6)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에 따라 제정된 동물도축세부규정은, 대한민국이 회원국 으로 가입한 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제기준(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Chapter 7.5 Slaughter of Animals)에 기초한 것이다.7) 위 동물도축세부규정 제8조 제 3항은 ‘기절은 가축의 특성에 적합한 방법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축종 별 기절방법은 별표 1과 같다’라고 정한다. 그에 따른 [별표 1] ‘축종별 기절방법(제8조 제3항 관련)’에서는, 돼지의 경우 ‘어떤 전압에서도 최소 1.25A 이상의 전류로 뇌 부위 를 2~4초간 통전시켜야 한다’라고 정하였다.8) 같은 규정 제9조에서는 ‘방혈 시 준수사항’에 대하여 ‘방혈은 반드시 완전하게 기절한 상태의 동물에 한하여 실시되어야 한다’ (제1항), ‘방혈은 최소한 한쪽 경동맥의 절단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방혈 중에 동 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제3항), ‘방혈 시작 후 30초 이내에는 탕박․박피 등 이후 의 과정을 진행하여서는 안 된다’(제5항)라고 정해져 있다.
다. ‘잔인한 방법’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1) 위 가.항의 법리를 위 나.항과 같은 사실관계 내지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사건 도살 방법이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일반적으로 동물이 감전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 고통을 수반한 격렬한 근
육경련과 화상, 세포괴사, 근육마비, 심실 세동 등의 과정을 거쳐 사망에 이를 가능성
이 충분히 존재한다. 따라서 앞서 나.의 2), 3)항에서 본 대로, 이른바 전살법에 의해 동물을 도축할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동물을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 치,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피고인은 전살법으로 개를 도살하는 과정에서, 위 ➊ ~ ➌에서 본 인도 적 도살 방법에 의하지 않았음은 물론, 즉각적 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개 의 뇌에 전류를 집중하여 감전시키는 점에 대해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 인다. 피고인은 쇠꼬챙이 형태의 이 사건 전살기를 개의 입 부위에 접촉시킨 다음, 전 류를 통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를 도살하였다. 이에 따라 개 도살시마다 피고인이 개의 몸에 통전시킨 전류가 뇌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로도 흘렀을 것(뇌 부위 이외에도 다 른 신체 부위로 많은 전기량이 분산되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도살되는 개가 이 과정을 통해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변호인)은, 개의 주둥이 속에 위치한 혀는 침이 고여 있어 젖은 상태여서 전류가 잘 흐르는 환경이고, 혀 밑의 신경은 뇌신경 중 하나로서 뇌 부 위에 바로 연결되며, 신경은 저항 값이 작으므로 충분한 크기의 전류가 뇌 부위로 흘 러 개가 금방 기절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혀 밑 신경은 신경관을 빠져나가 미주교감 신경줄기와 목 동맥의 배가(등)쪽 앞으로도 지나가는데, 이는 전류가 뇌 부위 이외의 다른 부위로도 흘러간다는 점을 의미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전살기를 개가 물 고 있는 상태에서 감전을 시켜 혀 부분 외에도 이빨, 주둥이 속 전체에 전류를 흘려보 냈다. 나아가 피고인은 통전 과정에서, 그리고 개가 죽지 않은 채 쓰러진 후에도 전기 가 잘 흐르도록 바닥을 물로 적시는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3) 앞서 가.의 2)항, 나.의 3)항에서 본 대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제정된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는 돼지, 닭, 오리에 대하여 전살법은 기절 방법으로만 허 용하고, 도살 방법으로는 완전하게 기절한 상태의 동물에 대해 방혈(放血)을 시행하여 방혈 중에 동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개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세부 규정이 없기는 하나, 이와 같은 규정의 취지와 함께 앞서 본 바와 같이 즉각적인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치가 중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개가 완 전하게 기절한 다음 방혈을 시행하여 동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개를 도살한 방식은 위 2)항에서 본 것처럼 완전하게 기 절 상태에 이르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그에 이은 방 혈 조치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은 앞서 본 대로, 구입자의 요 구가 있을 때에는 방혈 작업을 하였다는 취지로 이 법원에서 진술하였다. 이는 말 그대로 구입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 개의 고통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 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4) 피고인은 개를 도살할 때 농업용 380V 전압을 사용했다고 진술하였다(이 법원 의 한국전력공사 김포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는, 이 사건 농장에 220/380V가 공 급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진술처럼 피고인이 일반 가정용인 220V보다 높은 380V의 전압을 사용해 전살법을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이 법 원 증인 우희종의 증언이나 위 2)항과 같이 부적절한 도살 방식에 의하였다는 사정 등 을 고려하면, 도살되는 개가 즉각적인 무의식 상태에 이르기에 부족한 전류량만을 피 고인이 통전시켰다(이에 따라 도살되는 개에게 격렬한 고통이 수반되었다)는 판단을 뒤집기는 어렵다. 전압이 비교적 높더라도, 피고인처럼 개의 입 부분에 쇠꼬챙이를 대 고 감전을 시킬 경우 그 전류량 중 상당 부분이 뇌 부위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로 분 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개를 도살한 방법이 개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더라도,9) 피고인이 사용한 도구, 개를 도살한 행위 형태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
5) 이 법원 증인 우희종은 이 사건 도살 방법에 따른 고통의 정도 등에 대하여, 최종적으로는 대발작이 있는가 여부로 적정한 도살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따 라서 피고인이 사용한 방식에 의하더라도, 통전하는 전류량이 충분하다면 고통 없이 죽을 가능성도 있다)든가, 개의 도살 및 그 고통에 대한 연구 논문 등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취지로도 증언하였다. 이에 따라 변호인은, 위 나.의 2) 사)항과 같은 증언 등이 일종의 가정적 의견으로서 그 증명력이 희박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개와 같은 포유류인 돼지 등에 대한 연구결과 및 앞서 본 미국 수의학협 회의 지침 등을 바탕으로 한 우희종의 증언은, 전반적으로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한편 통전하는 전류량이 충분하다면 고통 없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 지의 증언에는, 증인이 수의학 전문가 내지 과학자로서 엄밀한 실험 등을 통해 검증해 야 한다는 일반론을 밝힌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 증언의 전체 적 취지는, 이 사건과 같은 도살 조건․방식에 의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동 물이 즉각적 무의식 상태에 이르지 못한 채 상당한 고통을 겪으면서 사망에 이르렀을 개연성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전살기를 통해 감전시킨 방식에 의하더라도 통전하는 전류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개들이 고통 없이 사망하였을 가능성은,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합리적 의심이라 할 수 없으며 단순한 관념적 의심이나 추상적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에 불과하다.
한편 이 사건 전살기를 통해 도살된 개들에게 앞서 나.의 2)항에서 본 ‘후궁반 장’ 내지 대발작의 징표가 나타났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개들이 즉시 다리를 쭉 뻗은 모습으로 죽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기도 하다. 그러나 앞서 증인 우희종이 후 궁반장의 전형적 모습으로 설명한 요소, 즉 죽은 개가 고개를 뒤로 젖힌 모습이었는지 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목격했다는 사체의 모습이, 전형적인 대발작 내지 후궁반장의 형태였다고 인정하기는 힘들다. 피고인은 감전 당시 개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는데, 앞서 나.의 2) 마)항 에서 본 대로 부적절한 전류를 통전할 경우 개는 운동마비 상태가 될 수는 있지만 의 식은 남아 있어 고통을 그대로 느낄 개연성이 있다고 보이는 이상, 이러한 진술 역시 위와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6)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개를 도살하는 데 사용한 방식은, 위 나.의 2), 3)항에서 본 바와 같은 국제협약이나 미국 수의학협회의 지침 등과는 동떨어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도살 방식의 일부는, 그 지침 등에서 정면으로 금지․제한하는 방법에 해당할 여지도 보인다. 비록 개를 정면으로 규율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동물의 도살방법을 규정한 동물보호법 제10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의 위임에 따른 동물도축세 부규정의 내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사용한 도살 방식은 그와 같은 법령이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정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개에 대해서는 1976년경 그 도살 방법을 ‘전 격법에 한한다’고 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구 축산물가공처리법 시행규칙(농수산부령 제640호, 1976. 10. 15. 일부 개정)이 1976. 10. 26.부터 1978. 6. 23.까지 일시적으로 시행된바 있다.10) 하지만 피고인이 사용한 도살 방식이 전살법, 즉 ‘전격법’이라고 하여 곧바로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행위는 위 시행규칙이 폐지된 지 한참 후에 이루어졌다. 위 시행규칙은 ‘방혈’에 대해 ‘경동맥을 절단해서 방혈한다’ 고 정하였는데, 피고인은 대부분의 도살에 있어 이를 따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와 같이 소, 돼지 등에 대한 도축 방법을 정한 국내 법령이나 위와 같은 국제 적 기준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금까지 본 대로 개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대책에 대한 아무런 강구 없이 개에게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경우에 따라 극심한 고통이 수반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전기 충격을 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이 사건 도살 방법은, 동물보호 법의 입법 목적인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이라는 1차적 법익을 현저히 침해할 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과 같은 법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위 험성을 가진다. 만약 개에 대한 도축 방법이 성문법규에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과 같이 개에게 고통을 가할 개연성이 있는 방식의 도살이 허용된다고 본다 면, 위와 같은 법률의 입법 목적 및 법익에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7) 이상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사용한 도살 방법은 사회통념상 객관적․규범적으로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가 정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피고인(변호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
1)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주장한다.11)
① 구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하는 ‘잔인한 방법’ 등의 규정은, 동물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고통을 발생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만을 처벌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피고인의 개 도살 행위는 동물 학대 행위로 평가될 수 없다. 피고인에게 학대의 범의가 있지도 않았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 스를 줄 의도로 개를 도살한 것이 아니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② 구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8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위헌․무효이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2) 우선 제1주장을 살펴본다.12) 이 주장은, 구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8조 제 1항 제1호는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의2가 정의하는 ‘동물학대’ 행위에 포함되는 행위 이어야 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조항의 구성요건인 ‘잔인한 방법’은 행위자가 동물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어 그 와 같은 의도 아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법리적 주장을 전제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가) 살피건대 이 사건 행위의 종료시인 2016. 7.경 시행되던 구 동물보호법 (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은,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면서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 으로 죽이는 행위’(제1호)를 열거하고 있다.13) 그리고 이 사건 행위시법인 구 동물보호 법(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1항은 ‘제8조 제1항부 터 제3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였다. 다만 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면서 제46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다음 ‘제8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를 위반하여 동물을 학대한 자’(제1호)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14)
나) 따라서 이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은 기본적으로, 행위시법인 구 동물보호법 (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1호, 제46조 제1항 이다.15) 즉 이 사건의 구성요건은,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는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그와 같은 법령의 문언, 체계,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가 규정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 이는 행위’는, 같은 항 제4호16)의 경우와는 달리 정당한 사유를 구성요건 요소로 규정 하고 있지 않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로 그 구성요건을 충족 한다. 설령 그 행위를 정당화할 만한 사정 또는 행위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정 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위법성이나 책임이 조각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구성요건 해당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도2477 판 결 참조). 그러므로 ‘정당한 사유’ 여부가 이 사건 행위의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한다든 가, 위와 같은 구성요건에 포함되지 않은 ‘학대’의 개념을 고려해 ‘잔인한 방법’의 구성 요건 내지는 이 사건 조항을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인 변호인의 주장은 받 아들이기 어렵다.
다) 다만 변호인의 제1주장에는, 이 사건 행위 이후의 법령 개정에 따라 동물을 ‘학대’한다는 것이 별도의 구성요건이라는 전제 아래, 피고인이 개를 ‘학대’하지 않았고 그와 같은 학대의 범의도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 행위 종료시인 2016. 7.보다 앞선 2013. 8. 13. 법률 제12051호로 개정된 동물보 호법17)이, 제2조 제1호의2에서 ‘동물학대’에 관해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 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 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는 규정을 두었기도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제에서 보더라도, 앞서 다.항에서 본 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전살기를 사용하여 개를 도살한 방식은 즉각적 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개의 뇌에 전류를 집중하여 감전시키는 점에 대해 아무런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서, 이 와 같은 도살 과정에서 개가 상당한 시간에 걸쳐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동물을 대상으로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 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즉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그와 같이 동물에게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을 수반하는 방식의 도살을 계속 적으로 행하여 왔던 이상, 피고인에게 ‘학대’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 역시 충분히 인정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 피고인이 개들을 도축할 당시 다른 개들이 보지 못 하도록 개 사육장과 도축 장소 사이에 차폐시설을 해 두었던 점, ⓑ 이 사건 전살기는 피고인뿐만 아니라 다른 도축업자들도 일반적으로 전살법에 사용하는 도구로서 경험적 으로 개에게도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인 점, ⓒ 고기를 얻기 위해 개를 도 축하는 도축업자들은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고기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위 ⓐ항과 같은 사정은 인도적 도살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부수적 사정들 중 하나가 될지언정, 그것만으로 ‘학 대’ 내지 ‘잔인한 방법’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조각하거나, 이 사건 행위의 위법성․책임 을 면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위 ⓑ항과 같이 이 사건 전살기와 같은 쇠꼬 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댄 후 전기 스위치를 올리는 감전 도살 방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여, 위와 같은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의2가 정의하는 ‘동물 학대’의 범위에서 벗어 난다거나,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위 ⓒ항과 같이 도축업자들이 도살되는 개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은, 그것이 확립된경험칙의 수준에 이른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학대’의 범의를 부정하는 요소로 인정하기도 힘들다.
라) 결국 변호인의 제1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다음으로 제2주장, 즉 ‘잔인한 방법’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이 사건 조항이 죄형 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규정으로서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 살펴 본다. 현재 동물보호법이나 기타 법령에서 개의 도축방법이나 준수사항 등을 정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변호인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동물보호법과 그 시행규칙, 이에 따른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는 소, 닭, 돼지, 오리 등의 도축 시 준수사항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소, 돼 지는 동물보호법이 ‘동물’로 정하고 있는 ‘포유류’(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 가목)로서 개와 상당 부분 유사한 생물학적 속성을 가진다. 나아가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의2 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 대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 스를 주는 등의 행위가 ‘동물학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의 ‘잔인 한’이라는 개념에는, ‘목을 매다는 등’이라는 대표적인 형태의 구체적 예시가 마련되어 있어 그 문언 해석의 기준을 상당 부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잔인’이라는 용어는 동 물보호법 이외에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제2호,18) 옥외광 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제1호,19)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 제1항20) 등 다양한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다(위 각 법 률들에서도, ‘잔인’의 개념이 그 하위의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통해 더 이상 구체화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편 대법원은 위 가.항처럼, ‘잔인한 방법’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해당 도 살 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 에 따라 해당 도살 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대상 동물 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판시하였다. 그와 같이 ‘잔인한 방법’의 개념과 그 행태는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할 수 있 고, 그 시대에 있어 사회의 인식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추상적인 것이므로, ‘잔 인한 방법’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입법적으로도 곤란한 면이 있다. 대법원은 그 밖에도 앞서 본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도2477 판결 등을 통하여 ‘잔인한 방법’의 구성요건에 대한 판단 방식을 판시하는 등, 이 사건 조항의 구체적 적용 방법이나 ‘잔인한 방법’이 라는 구성요건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계속 형성․축적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들 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의 ‘잔인한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은 수범자와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법적용자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이 사건 조항이 죄형법정주의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규정으로서 무효라는 취지인 변호인의 제2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피고인의 행위는 이 사건 조항이 정하는 ‘잔인한 방법’에 따 라 동물을 죽인 것으로서(결과적으로 이는 ‘학대’에도 해당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와 같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이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하기로 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김포시 풍곡로 31에서 '똥개농장'이라는 상호로 개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 이다.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럼에도 피고인은 2011년경부터 2016. 7.경까지 '똥개농장'에 있는 도축시설에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쇠꼬챙이(이 사건 전살기)를 개의 주둥이에 갖다 대고 전기 스위치를 올려21)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여서 도축하는 등 연간 30두 상당의 개를 도살하여 동물을 학대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이 법원 증인 우희종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고발장, 현장사진, 개도축 장비 등 사진
1. 이 법원의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본부, 농림축산검역본부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및 형의 선택
구 동물보호법(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1항, 제8 조 제1항 제1호(벌금형 선택)
1. 선고유예할 형 벌금 100만 원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1일 환산 10만 원)
1.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본문(아래 ‘양형의 이유’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 참작)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벌금 1,000만 원 이하
2. 선고형의 결정 : 선고유예
이 사건 범행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1년경부터 2016. 7.경까지 이 사건 전살기를 개의 주둥이에 대고 전기 스위치를 올려 감전시키는 ‘잔인한 방법’으로 연간 30두 상당 의 개를 죽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개를 약 5년이라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도살하였다. 이에 따라 그 도살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른 개가 상당수에 이른다. 이상 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들이다.
반면 피고인에게는 벌금형을 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나, 같은 종류의 범죄로 처벌 받은 전과가 없다. 피고인은 애당초 돼지 사육에 종사하였다. 그런데 구제역 발생 등으 로 인해 더 이상 돼지를 사육할 수 없게 되자 이를 포기한 후,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 기 위해 이 사건 농장의 전(前) 농장주로부터 개 사육 및 도축 방법을 습득한 다음 영 세하고 열악한 이 사건 현장에서 위 범죄사실과 같은 영업적 도살 행위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피고인은 이미 개 농장과 도축 관련 시설 일체를 폐업하여 더 이상 이를 운영하지 않는 상태로 보이며, 피고인은 이 법원 에서 다시는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피고인은 현재 건강이 좋지 않고, 그 럼에도 일용 노동을 해야만 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상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이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양형요소들에다가,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의 형량은 벌 금 100만 원으로 정하되 주문과 같이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
선고일2019.12.19
식별번호LAW-0164
제목동물보호법위반 [문서류]
기록유형문서류
기록형태판결문/고소고발장/탄원서
연도2020
구분개식용반대
사건명동물보호법위반; 2008노○○○○
법원서울고등법원
주문내용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주문이유1. 이 사건 소송의 경과
가. 검사는 2016. 10. 31. 피고인을 상대로, 동물보호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약식명령 을 청구하였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6고약12696). 위 법원은 2016. 12. 2. 피고인 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였다. 피고인은 2016. 12. 12. 이에 불복하 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6고정1520).
나.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단독재판부의 정식재판청구 피고사건으로 진행되던 중, 피 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2017. 2. 14. 이를 합의부에서 심판 하기로 하는 재정합의결정이 내려졌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7고합24). 이 사건은
2017. 2. 20.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원심 재판부)로 이송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7고합 70). 그런데 피고인은 2017. 3. 22. 국민참여재판의 신청 의사를 철회하는 내용이 담긴 서면을 제출하였고, 2017. 3. 24.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그와 같은 철회 의사를 진 술하였다.
다. 검사는 원심 재판 계속 중이던 2017. 3. 28. 기존의 공소사실을 아래 제3의 가.항 과 같은 공소사실로 변경하고 적용법조 중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을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1)”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를 신청하였다. 원심은 2017. 4. 7. 이와 같은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다.
라. 원심은 2017. 6. 23.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는 원심판결에 불 복하여, 법리오해의 항소이유를 들면서 항소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7노2030). 항소심 법원(환송 전 항소심)은 2017. 9. 28. 그와 같은 검사의 항소이유를 배척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마. 이에 대해 검사가 다시 상고했는데, 상고심은 2018. 9. 13.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도16732).
2. 항소이유의 요지(검사의 법리오해 주장)
구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령의 입법 목적,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동물을 죽 이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어 그 자체로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규정된 도살 방법(전 살법 등) 및 절차를 준수하였을 경우, 그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다. 피고인은 단지 전 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하였을 뿐,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도살 방법 및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즉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구성요건에 해 당한다.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김포시 풍곡로 31에서 '똥개농장'이라는 상호로 개농장을 운영하는 사람 이다.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럼에도 피고인은 2011년경부터 2016. 7.경까지 위 '똥개농장'에 있는 도축시설에서, 개 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여서 도축하는 등 연간 30두 상당의 개를 도살하여 동물을 학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동물보호법,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축산물 위생관리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동물도축세부규정 등 관련 법령을 종합하여 보면,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도 살 방법, 특히 전살법(電殺法)을 이용하여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가축으로 정한 동물을 도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 보았다. 이에 따라 원심은, 피고인이 개를 죽이게 된 경위, 개를 죽이는 데 사용한 도구 및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일응 전살법을 이용하여 개를 즉시 실신시 켜 죽이는 방법으로 도축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다른 동물에 대한 도살 방법과 비교하여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개를 도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4. 이 법원의 판단
가. 전제되는 법리
1)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은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에서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를 들고 있다. 구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은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잔인’은 사전적 의미로 ‘인정이 없고 아주 모짊’을 뜻하는데, 잔인성에 관한 논 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 유동적인 것이고, 사상, 종교, 풍속과도 깊 이 연관된다. 따라서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인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는, 특정인이나 집단의 주관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아래에서 살필, 구 동물보호법의 입법 목적, 이 사건 조항의 문언 의미와 입법 취지, 동물의 도 살방법에 관한 여러 관련 규정들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 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야 한다.
가) 구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증진을 꾀함과 아울러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그 적용대상인 동물의 개념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등으로 한정하며(제2조 제1호),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정한 행 위만을 금지하고 있다(제8조 제1항 각호). 그와 같은 구 동물보호법의 입법 목적, 적용 대상인 동물,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각호의 문언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은 동물을 죽이는 방법이 잔인함으로 인해 도살과정에서 대상 동물에게 고통을 주 고, 그 방법이 허용될 경우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 함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고려에서 이를 금지행위로 규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정 도살방법 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되 는 도구, 행위 형태 및 그로 인한 사체의 외관 등을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도살방법 자 체가 사회통념상 객관적, 규범적으로 잔인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 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구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동물의 도살방법이라는 제목 아래, 모든 동물은 잔 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도, 도살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 서도 안 되고(제1항), 축산물 위생관리법 또는 가축전염 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령이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하며(제2항), 그 외에도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른 도축에 대하여 는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 가축별 도살방법을 규정하고 있고(제2조, 별표 제1호), 위 가 축 중 소, 돼지, 닭과 오리에 대하여는 구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 규칙 제6조 제2항에 따라 제정된 고시인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 가축별 특성에 맞추어 고통을 최소화하는 도축방법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와 같은 동물의 도살방법에 관한 관련 규정들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특정 도살방법이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 하는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는, 동물별 특성에 따라 해당 동물에게 주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동일한 도살방법이라도 도살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 등은 동물별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동일한 물질, 도구 등을 이 용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이용방법, 행위 태양을 달리한다면 이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 도살 방법이 관련 법령에서 일반적인 동물의 도살방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거나 도살에 이용한 물질, 도구 등이 관련 법령에서 정한 것과 동일 또는 유사하다는 것만으로는, 이를 다른 동물에게도 그 특성에 적합한 도살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다) 특정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은 해당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 르게 하는 행위 자체 및 그 방법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주므로,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되는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인식 은,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2)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도 살 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 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제정된 동물도축세부규정(농림축산검역본부 고시 제2016-77호)에서는, 돼지, 닭, 오리에 대하여 전살법은 기절 방법으로만 허용하 고, 도살 방법으로는 완전하게 기절한 상태의 동물에 대해 방혈(放血)을 시행하여 방혈 중에 동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동물이 감전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에는 고통을 수반한 격렬한 근육경련과 화상, 세포괴사, 근육 마비, 심실세동 등의 과정을 거칠 수 있고, 이때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은 동물의 크 기, 통전부위와 사용한 전류값 등에 의해 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 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방법 의 구체적인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외 증상 등의 판단 요소와 함께, 이 사건 도살 방법을 허용하는 것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통 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이 사건 조항에서 금 지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및 사정들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 등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내지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의 도살 방법
가) 피고인은 쇠파이프 끝 부분에 밧줄이 달린 장비를 사용하여 개를 묶어 놓은 다음,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쇠꼬챙이(이하 ‘이 사건 전살기’라 한다)를 개의 주둥이에 넣고 ON 버튼을 누르는 방법으로 감전을 시켜 죽인 직후, 토치로 개의 털이 없어질 때까지 약 30분 정도 그슬린 후 해체 등 처리 작업을 하였다. 피고인은 개가 쓰러진 후에 보통 방혈을 하지는 않았고, 요구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방혈을 해 주었다.2)
나) 한편 피고인은 개 도살의 구체적 방법 및 도살 과정에서 경험했던 사항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전살기에 사용한 전압은 380V였다. 이 사건 전살기를 개 주둥이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개는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할 틈도 없이 바로 1~2초 안에 다리를 쭉 뻗은 모습으로 죽는다. 죽은 개가 고개를 뒤로 젖힌 모습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감전 당시 개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바닥에 물을 뿌린 상태에서 개를 감 전시켰는데, 그 이유는 전기가 잘 흐르는 상태를 만들고, 개가 바닥에 쓰러졌을 때 추 가로 전기가 흘러서 죽게 하기 위한 것이다. 개가 전기로 인하여 화상을 입는 경우는 없었고, 개가 뻗어 있는 모습을 확인한 후 토치로 털을 그슬리는 작업을 하였다’.3)
2) 우희종 교수의 증언 등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우희종은 ‘전기 충격에 의한 개 도살방식에 대한 소견서’를 작성․제출함과 아울러, 이 법원에서 증언하였다. 그 증언의 주요 내용은 아래 가) ~ 사)항 기재와 같다.
가) 증인은 이전에,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서 사용한 쇠꼬챙이나, 이를 이용하 여 개를 도살하는 상황 및 이 사건 도살 장소와 유사한 환경이 담긴 동영상들을 본 적 이 있다. 이에 비추어, 이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들은 전형적인 개 농장이나 개 도살 현 장 사진으로 보인다(그 증언 당시 검사는 증거기록 31~42쪽과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 의 증거로 제출된 이 사건 전살기의 사진, 이 사건 도살 현장에 관계된 각 영상 등을 제시하였다).
나) 도살에 있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의식을 잃 게 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미국수의학협회(AVMA :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의 공식 지침에서는, 이와 같은 도살 방식(전기 안락사 방식)으로 3가지 방법을 정하고 있다. 즉 ➊ 머리에의 단일 전기 충격, ➋ 머리에서 몸통으로의 단일 전기 충격, ➌ 머리 및 몸통에 대한 두 차례의 전기 충격 방식이 있다.
다) 위 ➊의 방식은 뇌에 전기를 흐르게 하는 것인데, 그 자체로 사망에 이르게 는 하지 못하고, 추가로 15초 내에 방혈이나 다른 사망 유도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위 ➋의 방식은, 전류가 뇌와 심장에 동시에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서 대발작과 심장 정지 를 동시에 유도한다. 이를 위해 위 ➊의 방식보다 훨씬 강도가 센 충분한 전류를 3초 이상 사용해야 한다(전극 하나는 머리에, 하나는 앞다리에 댄다). 위 ➌의 방식은, 위 ➊의 방식과 위 ➋의 방식을 둘로 나눈 것으로서, 뇌에 작용하는 1차 전류로 무의식 상태를 만든 다음, 다시 앞발 뒤편에 2차 전류를 가하여 심장 정지를 유도하는 것이다.
라) 동물이 사전에 의식을 잃도록 하는 인도적 도살 방식은, 위와 같이 뇌에 전 류를 통하게 하여 ‘대발작’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대발작의 가장 대표적인 징표는 ‘후궁반장’으로서, 앞다리를 쭉 뻗으면서 등이 활처럼 되는 것(몸이 뒤로 젖혀지는 것) 이다. 그 이외에 팔․다리의 돌출, 안구의 하향 회전, 강직 경련으로부터 간헐적 근육 경련으로의 이행이 있어야 한다. 대발작 상태 이외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인도 적 도살이라 말할 수 없다.
마) 이와 달리 전류가 뇌를 통하지 않으면, 고통을 못 느끼는 대발작 내지 무의 식 상태가 되지 않는다. 부적절한 전기를 가축에게 통하게 할 경우, 동물이 움직이지 못하는 운동마비 상태는 되지만, 그 의식은 다 있는 상태에 머무른다. 의식이 있는 상 태로 심장 정지가 아닌 심장 세동 상태에 그쳐서, 매우 잘못된 조치가 된다. 이와 같이 무의식을 유발하지 않고 동물을 전기적으로 마비시키는 것은, 극도로 혐오적이며 수용 해서는 안 된다.
바) 쇠꼬챙이를 이용해서 감전하는 방식, 이를 개 주둥이에 집어넣어 도살하는 방법은,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이나 미국수의학협회 지침이 정하는 인도적 도살 방식 이 아니다. 동물의 입에 쇠꼬챙이를 넣고 전류를 흐르게 하는 방식은, 그 전류가 뇌뿐 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로도 흐르기 때문에(식도 등을 통해 전류가 곧장 아래쪽으 로 간다), 전기량이 많이 분산되어 무의식을 유발하기 어렵다. 한편 머리에서 동물이 서 있는 젖은 금속판으로 전류를 적용하는 방법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쇠꼬챙이를 입에 물게 하고 물에 젖은 상태로 만들어 전류를 통과하도록 하는 것은, 운동신경을 마비시키기에는 좋은 방법이지만, 대발작을 일으키기에는 부적절하다.
사) 피고인이 개 도살에 사용한 방식은, 위 나)의 ➊ ~ ➌ 기재 지침에서 정한 절차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사용한 방법이 대발작을 일으키기에 충분 한 전기적 자극이 아니라면, 이로써 운동신경이 마비되더라도 의식은 남아 있어 고통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적정 전류에 있어 개의 경우에 비교적 가까운 돼지의 경우, 1.25A 이상의 전류를 흘려 무의식 상태에 빠지게 한 후 방혈을 같이 하여야 한 다.4) 전류가 1.25A, 전압이 220~380V라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개의 대발작 내지 무의식 상태를 유도할 수 없다.
3) 국제협약 및 동물도축세부규정
가) 동물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에서는, 동물의 도살방법 중 ‘즉각적으로 무의 식에 빠뜨리지 않는 감전사’를 금지하고 있다.5)
나) 대한민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제기준은, 동물의 인도적 도살 기준에 관하여 최소한의 것을 규정하고 있다.6)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에 따라 제정된 동물도축세부규정은, 대한민국이 회원국 으로 가입한 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제기준(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Chapter 7.5 Slaughter of Animals)에 기초한 것이다.7) 위 동물도축세부규정 제8조 제 3항은 ‘기절은 가축의 특성에 적합한 방법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축종 별 기절방법은 별표 1과 같다’라고 정한다. 그에 따른 [별표 1] ‘축종별 기절방법(제8조 제3항 관련)’에서는, 돼지의 경우 ‘어떤 전압에서도 최소 1.25A 이상의 전류로 뇌 부위 를 2~4초간 통전시켜야 한다’라고 정하였다.8) 같은 규정 제9조에서는 ‘방혈 시 준수사항’에 대하여 ‘방혈은 반드시 완전하게 기절한 상태의 동물에 한하여 실시되어야 한다’ (제1항), ‘방혈은 최소한 한쪽 경동맥의 절단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방혈 중에 동 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제3항), ‘방혈 시작 후 30초 이내에는 탕박․박피 등 이후 의 과정을 진행하여서는 안 된다’(제5항)라고 정해져 있다.
다. ‘잔인한 방법’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1) 위 가.항의 법리를 위 나.항과 같은 사실관계 내지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사건 도살 방법이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일반적으로 동물이 감전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 고통을 수반한 격렬한 근
육경련과 화상, 세포괴사, 근육마비, 심실 세동 등의 과정을 거쳐 사망에 이를 가능성
이 충분히 존재한다. 따라서 앞서 나.의 2), 3)항에서 본 대로, 이른바 전살법에 의해 동물을 도축할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동물을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 치,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피고인은 전살법으로 개를 도살하는 과정에서, 위 ➊ ~ ➌에서 본 인도 적 도살 방법에 의하지 않았음은 물론, 즉각적 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개 의 뇌에 전류를 집중하여 감전시키는 점에 대해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 인다. 피고인은 쇠꼬챙이 형태의 이 사건 전살기를 개의 입 부위에 접촉시킨 다음, 전 류를 통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를 도살하였다. 이에 따라 개 도살시마다 피고인이 개의 몸에 통전시킨 전류가 뇌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로도 흘렀을 것(뇌 부위 이외에도 다 른 신체 부위로 많은 전기량이 분산되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도살되는 개가 이 과정을 통해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변호인)은, 개의 주둥이 속에 위치한 혀는 침이 고여 있어 젖은 상태여서 전류가 잘 흐르는 환경이고, 혀 밑의 신경은 뇌신경 중 하나로서 뇌 부 위에 바로 연결되며, 신경은 저항 값이 작으므로 충분한 크기의 전류가 뇌 부위로 흘 러 개가 금방 기절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혀 밑 신경은 신경관을 빠져나가 미주교감 신경줄기와 목 동맥의 배가(등)쪽 앞으로도 지나가는데, 이는 전류가 뇌 부위 이외의 다른 부위로도 흘러간다는 점을 의미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전살기를 개가 물 고 있는 상태에서 감전을 시켜 혀 부분 외에도 이빨, 주둥이 속 전체에 전류를 흘려보 냈다. 나아가 피고인은 통전 과정에서, 그리고 개가 죽지 않은 채 쓰러진 후에도 전기 가 잘 흐르도록 바닥을 물로 적시는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3) 앞서 가.의 2)항, 나.의 3)항에서 본 대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제정된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는 돼지, 닭, 오리에 대하여 전살법은 기절 방법으로만 허 용하고, 도살 방법으로는 완전하게 기절한 상태의 동물에 대해 방혈(放血)을 시행하여 방혈 중에 동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개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세부 규정이 없기는 하나, 이와 같은 규정의 취지와 함께 앞서 본 바와 같이 즉각적인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치가 중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개가 완 전하게 기절한 다음 방혈을 시행하여 동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개를 도살한 방식은 위 2)항에서 본 것처럼 완전하게 기 절 상태에 이르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그에 이은 방 혈 조치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은 앞서 본 대로, 구입자의 요 구가 있을 때에는 방혈 작업을 하였다는 취지로 이 법원에서 진술하였다. 이는 말 그대로 구입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 개의 고통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 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4) 피고인은 개를 도살할 때 농업용 380V 전압을 사용했다고 진술하였다(이 법원 의 한국전력공사 김포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는, 이 사건 농장에 220/380V가 공 급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진술처럼 피고인이 일반 가정용인 220V보다 높은 380V의 전압을 사용해 전살법을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이 법 원 증인 우희종의 증언이나 위 2)항과 같이 부적절한 도살 방식에 의하였다는 사정 등 을 고려하면, 도살되는 개가 즉각적인 무의식 상태에 이르기에 부족한 전류량만을 피 고인이 통전시켰다(이에 따라 도살되는 개에게 격렬한 고통이 수반되었다)는 판단을 뒤집기는 어렵다. 전압이 비교적 높더라도, 피고인처럼 개의 입 부분에 쇠꼬챙이를 대 고 감전을 시킬 경우 그 전류량 중 상당 부분이 뇌 부위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로 분 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개를 도살한 방법이 개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더라도,9) 피고인이 사용한 도구, 개를 도살한 행위 형태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
5) 이 법원 증인 우희종은 이 사건 도살 방법에 따른 고통의 정도 등에 대하여, 최종적으로는 대발작이 있는가 여부로 적정한 도살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따 라서 피고인이 사용한 방식에 의하더라도, 통전하는 전류량이 충분하다면 고통 없이 죽을 가능성도 있다)든가, 개의 도살 및 그 고통에 대한 연구 논문 등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취지로도 증언하였다. 이에 따라 변호인은, 위 나.의 2) 사)항과 같은 증언 등이 일종의 가정적 의견으로서 그 증명력이 희박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개와 같은 포유류인 돼지 등에 대한 연구결과 및 앞서 본 미국 수의학협 회의 지침 등을 바탕으로 한 우희종의 증언은, 전반적으로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한편 통전하는 전류량이 충분하다면 고통 없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 지의 증언에는, 증인이 수의학 전문가 내지 과학자로서 엄밀한 실험 등을 통해 검증해 야 한다는 일반론을 밝힌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 증언의 전체 적 취지는, 이 사건과 같은 도살 조건․방식에 의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동 물이 즉각적 무의식 상태에 이르지 못한 채 상당한 고통을 겪으면서 사망에 이르렀을 개연성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전살기를 통해 감전시킨 방식에 의하더라도 통전하는 전류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개들이 고통 없이 사망하였을 가능성은,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합리적 의심이라 할 수 없으며 단순한 관념적 의심이나 추상적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에 불과하다.
한편 이 사건 전살기를 통해 도살된 개들에게 앞서 나.의 2)항에서 본 ‘후궁반 장’ 내지 대발작의 징표가 나타났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개들이 즉시 다리를 쭉 뻗은 모습으로 죽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기도 하다. 그러나 앞서 증인 우희종이 후 궁반장의 전형적 모습으로 설명한 요소, 즉 죽은 개가 고개를 뒤로 젖힌 모습이었는지 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목격했다는 사체의 모습이, 전형적인 대발작 내지 후궁반장의 형태였다고 인정하기는 힘들다. 피고인은 감전 당시 개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는데, 앞서 나.의 2) 마)항 에서 본 대로 부적절한 전류를 통전할 경우 개는 운동마비 상태가 될 수는 있지만 의 식은 남아 있어 고통을 그대로 느낄 개연성이 있다고 보이는 이상, 이러한 진술 역시 위와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6)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개를 도살하는 데 사용한 방식은, 위 나.의 2), 3)항에서 본 바와 같은 국제협약이나 미국 수의학협회의 지침 등과는 동떨어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도살 방식의 일부는, 그 지침 등에서 정면으로 금지․제한하는 방법에 해당할 여지도 보인다. 비록 개를 정면으로 규율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동물의 도살방법을 규정한 동물보호법 제10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의 위임에 따른 동물도축세 부규정의 내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사용한 도살 방식은 그와 같은 법령이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정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개에 대해서는 1976년경 그 도살 방법을 ‘전 격법에 한한다’고 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구 축산물가공처리법 시행규칙(농수산부령 제640호, 1976. 10. 15. 일부 개정)이 1976. 10. 26.부터 1978. 6. 23.까지 일시적으로 시행된바 있다.10) 하지만 피고인이 사용한 도살 방식이 전살법, 즉 ‘전격법’이라고 하여 곧바로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행위는 위 시행규칙이 폐지된 지 한참 후에 이루어졌다. 위 시행규칙은 ‘방혈’에 대해 ‘경동맥을 절단해서 방혈한다’ 고 정하였는데, 피고인은 대부분의 도살에 있어 이를 따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와 같이 소, 돼지 등에 대한 도축 방법을 정한 국내 법령이나 위와 같은 국제 적 기준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금까지 본 대로 개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대책에 대한 아무런 강구 없이 개에게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경우에 따라 극심한 고통이 수반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전기 충격을 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이 사건 도살 방법은, 동물보호 법의 입법 목적인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이라는 1차적 법익을 현저히 침해할 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과 같은 법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위 험성을 가진다. 만약 개에 대한 도축 방법이 성문법규에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과 같이 개에게 고통을 가할 개연성이 있는 방식의 도살이 허용된다고 본다 면, 위와 같은 법률의 입법 목적 및 법익에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7) 이상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사용한 도살 방법은 사회통념상 객관적․규범적으로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가 정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피고인(변호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
1)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주장한다.11)
① 구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하는 ‘잔인한 방법’ 등의 규정은, 동물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고통을 발생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만을 처벌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피고인의 개 도살 행위는 동물 학대 행위로 평가될 수 없다. 피고인에게 학대의 범의가 있지도 않았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 스를 줄 의도로 개를 도살한 것이 아니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② 구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8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위헌․무효이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2) 우선 제1주장을 살펴본다.12) 이 주장은, 구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8조 제 1항 제1호는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의2가 정의하는 ‘동물학대’ 행위에 포함되는 행위 이어야 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조항의 구성요건인 ‘잔인한 방법’은 행위자가 동물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어 그 와 같은 의도 아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법리적 주장을 전제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가) 살피건대 이 사건 행위의 종료시인 2016. 7.경 시행되던 구 동물보호법 (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은,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면서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 으로 죽이는 행위’(제1호)를 열거하고 있다.13) 그리고 이 사건 행위시법인 구 동물보호 법(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1항은 ‘제8조 제1항부 터 제3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였다. 다만 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면서 제46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다음 ‘제8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를 위반하여 동물을 학대한 자’(제1호)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14)
나) 따라서 이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은 기본적으로, 행위시법인 구 동물보호법 (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1호, 제46조 제1항 이다.15) 즉 이 사건의 구성요건은,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는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그와 같은 법령의 문언, 체계,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구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가 규정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 이는 행위’는, 같은 항 제4호16)의 경우와는 달리 정당한 사유를 구성요건 요소로 규정 하고 있지 않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로 그 구성요건을 충족 한다. 설령 그 행위를 정당화할 만한 사정 또는 행위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정 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위법성이나 책임이 조각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구성요건 해당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도2477 판 결 참조). 그러므로 ‘정당한 사유’ 여부가 이 사건 행위의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한다든 가, 위와 같은 구성요건에 포함되지 않은 ‘학대’의 개념을 고려해 ‘잔인한 방법’의 구성 요건 내지는 이 사건 조항을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인 변호인의 주장은 받 아들이기 어렵다.
다) 다만 변호인의 제1주장에는, 이 사건 행위 이후의 법령 개정에 따라 동물을 ‘학대’한다는 것이 별도의 구성요건이라는 전제 아래, 피고인이 개를 ‘학대’하지 않았고 그와 같은 학대의 범의도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 행위 종료시인 2016. 7.보다 앞선 2013. 8. 13. 법률 제12051호로 개정된 동물보 호법17)이, 제2조 제1호의2에서 ‘동물학대’에 관해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 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 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는 규정을 두었기도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제에서 보더라도, 앞서 다.항에서 본 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전살기를 사용하여 개를 도살한 방식은 즉각적 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개의 뇌에 전류를 집중하여 감전시키는 점에 대해 아무런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서, 이 와 같은 도살 과정에서 개가 상당한 시간에 걸쳐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동물을 대상으로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 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즉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그와 같이 동물에게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을 수반하는 방식의 도살을 계속 적으로 행하여 왔던 이상, 피고인에게 ‘학대’의 범의가 있었다는 점 역시 충분히 인정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은, ⓐ 피고인이 개들을 도축할 당시 다른 개들이 보지 못 하도록 개 사육장과 도축 장소 사이에 차폐시설을 해 두었던 점, ⓑ 이 사건 전살기는 피고인뿐만 아니라 다른 도축업자들도 일반적으로 전살법에 사용하는 도구로서 경험적 으로 개에게도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인 점, ⓒ 고기를 얻기 위해 개를 도 축하는 도축업자들은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고기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위 ⓐ항과 같은 사정은 인도적 도살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부수적 사정들 중 하나가 될지언정, 그것만으로 ‘학 대’ 내지 ‘잔인한 방법’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조각하거나, 이 사건 행위의 위법성․책임 을 면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위 ⓑ항과 같이 이 사건 전살기와 같은 쇠꼬 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댄 후 전기 스위치를 올리는 감전 도살 방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여, 위와 같은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의2가 정의하는 ‘동물 학대’의 범위에서 벗어 난다거나,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위 ⓒ항과 같이 도축업자들이 도살되는 개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은, 그것이 확립된경험칙의 수준에 이른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학대’의 범의를 부정하는 요소로 인정하기도 힘들다.
라) 결국 변호인의 제1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다음으로 제2주장, 즉 ‘잔인한 방법’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이 사건 조항이 죄형 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규정으로서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 살펴 본다. 현재 동물보호법이나 기타 법령에서 개의 도축방법이나 준수사항 등을 정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변호인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동물보호법과 그 시행규칙, 이에 따른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는 소, 닭, 돼지, 오리 등의 도축 시 준수사항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소, 돼 지는 동물보호법이 ‘동물’로 정하고 있는 ‘포유류’(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 가목)로서 개와 상당 부분 유사한 생물학적 속성을 가진다. 나아가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의2 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 대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 스를 주는 등의 행위가 ‘동물학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의 ‘잔인 한’이라는 개념에는, ‘목을 매다는 등’이라는 대표적인 형태의 구체적 예시가 마련되어 있어 그 문언 해석의 기준을 상당 부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잔인’이라는 용어는 동 물보호법 이외에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제2호,18) 옥외광 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제1호,19)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 제1항20) 등 다양한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다(위 각 법 률들에서도, ‘잔인’의 개념이 그 하위의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통해 더 이상 구체화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편 대법원은 위 가.항처럼, ‘잔인한 방법’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해당 도 살 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 에 따라 해당 도살 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대상 동물 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판시하였다. 그와 같이 ‘잔인한 방법’의 개념과 그 행태는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할 수 있 고, 그 시대에 있어 사회의 인식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추상적인 것이므로, ‘잔 인한 방법’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입법적으로도 곤란한 면이 있다. 대법원은 그 밖에도 앞서 본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도2477 판결 등을 통하여 ‘잔인한 방법’의 구성요건에 대한 판단 방식을 판시하는 등, 이 사건 조항의 구체적 적용 방법이나 ‘잔인한 방법’이 라는 구성요건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계속 형성․축적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들 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의 ‘잔인한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은 수범자와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법적용자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이 사건 조항이 죄형법정주의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 규정으로서 무효라는 취지인 변호인의 제2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피고인의 행위는 이 사건 조항이 정하는 ‘잔인한 방법’에 따 라 동물을 죽인 것으로서(결과적으로 이는 ‘학대’에도 해당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와 같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이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하기로 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김포시 풍곡로 31에서 '똥개농장'이라는 상호로 개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 이다.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럼에도 피고인은 2011년경부터 2016. 7.경까지 '똥개농장'에 있는 도축시설에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쇠꼬챙이(이 사건 전살기)를 개의 주둥이에 갖다 대고 전기 스위치를 올려21)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여서 도축하는 등 연간 30두 상당의 개를 도살하여 동물을 학대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이 법원 증인 우희종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고발장, 현장사진, 개도축 장비 등 사진
1. 이 법원의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본부, 농림축산검역본부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및 형의 선택
구 동물보호법(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1항, 제8 조 제1항 제1호(벌금형 선택)
1. 선고유예할 형 벌금 100만 원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1일 환산 10만 원)
1.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본문(아래 ‘양형의 이유’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 참작)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벌금 1,000만 원 이하
2. 선고형의 결정 : 선고유예
이 사건 범행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1년경부터 2016. 7.경까지 이 사건 전살기를 개의 주둥이에 대고 전기 스위치를 올려 감전시키는 ‘잔인한 방법’으로 연간 30두 상당 의 개를 죽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개를 약 5년이라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도살하였다. 이에 따라 그 도살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른 개가 상당수에 이른다. 이상 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들이다.
반면 피고인에게는 벌금형을 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나, 같은 종류의 범죄로 처벌 받은 전과가 없다. 피고인은 애당초 돼지 사육에 종사하였다. 그런데 구제역 발생 등으 로 인해 더 이상 돼지를 사육할 수 없게 되자 이를 포기한 후,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 기 위해 이 사건 농장의 전(前) 농장주로부터 개 사육 및 도축 방법을 습득한 다음 영 세하고 열악한 이 사건 현장에서 위 범죄사실과 같은 영업적 도살 행위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피고인은 이미 개 농장과 도축 관련 시설 일체를 폐업하여 더 이상 이를 운영하지 않는 상태로 보이며, 피고인은 이 법원 에서 다시는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피고인은 현재 건강이 좋지 않고, 그 럼에도 일용 노동을 해야만 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상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이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양형요소들에다가,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의 형량은 벌 금 100만 원으로 정하되 주문과 같이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
선고일2019.12.19
관련법조구 동물보호법(2017. 3. 21. 법률 제14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1항, 제8 조 제1항 제1호(벌금형 선택)
재판관판사 김형두
판사 김승주
판사 박성윤
항소인검사
검사황성연(기소), 박재현(공판)
변호인법무법인 위 담당변호사
관련사건원심판결 : 인천지방법원 2017. 6. 23. 선고 2017고합70 판결
환송 전 당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7. 9. 28. 선고 2017노2030 판결
환송판결 :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도16732 판결